내가 입은 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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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4-06-15 08:12 조회5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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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입은 가운!
저걸 다 드신다고?
시골에 88세가 되신 어머니를 찾아뵐 때면 항상 보는 것이 있다.
식탁에 놓인 여러 알약이다.
많다.
이런저런 이유로 처방을 받은 약인데 조금 과장해서 한 움큼은 되는 것 같다.
저걸 다 드신다고?
그렇다. 그것을 다 드신다.
한 움큼은 내 어머니만은 아니다.
심방을 하다 보면 대부분 어르신의 집에는 매일 드시는 약들이 있다.
대부분 연세가 드신 분일수록 약에 의존해서 사는 경우를 많이 본다.
그래서 이런 말을 하는가 보다.
“나이를 먹을수록 병원은 가까워야 한다.”
이것이 현실이다..
나에게 이 현실이 쳐들어 왔다.
2주가 지나는데도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도저히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우리 자매가 근무하는 병원에 갔다.
병원에 들어서서 엘리베이터에 탔다.
엘리베이터 안, 광고 화면에 의사 선생님들의 사진과 그분들의 경력들을 소개하는 화면이 뜬다.
와 아는 얼굴이 나왔다.
반가웠다. 그리고 내심 자부심이 든다.
의사 가운을 입고 환자들에게 최선을 다해서 설명하는 우리 자매의 모습을 먼발치에서 바라보는데 너무 멋지다.
“주님 저 아름다운 모습에 주님의 복을 더하소서.”
잠시 아픈 것도 잊은 채 그 모습에 그냥 기분이 좋다.
진료는 말할 것도 없다.
내 평생 그날처럼 의사 선생님 앞에서 평안하게 그리고 맘 놓고 진료를 받아 본 적은 처음인 듯하다.
역시나 우리 자매는 모든 것을 다 해 주고 싶은 심정이 얼굴에 그대로 보인다.
진료가 끝나갈 무렵 우리 자매가 하는 말이다.
“약이 좀 많아요. 그래도 꼭 드셔야 해요.”
약을 받아 보니 정말 약이 많다.
이렇게 많은 약을 받아 본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통은 4개 정도인데 그 배가 넘는 약을 받았다.
많은 약을 보는 순간 내 어머니의 식탁이 생각난다.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약으로 산다.”
“체력” 하면 그 누구보다 자신을 했는데 이렇게 하루아침에 “확~” 상상도 못 했다.
이렇게 된 이유를 어렴풋이 알 것 같다.
주님이 주신 체력을 목회만을 위해서 사용해야 하는데 잠시 딴짓을 했다.
많은 시간을 건강이라는 핑계로 다른 곳에 소비했다.
마음 한구석에 이러면 안 되는데 라는 생각을 해왔는데 이제 정말 이러면 안 되겠다.
수가 많아진 알약은 세월이 흐르다 못해 도망가고 있음을 소리소리 하는데 난 그것을 모르고 있었다.
그동안 나는 내 가운을 절반만 걸치고 왔다.
이제 완전히 내 가운을 입고 가운에 맞는 일을 해야겠다.
여러 개의 약이야 세월이 준 선물이라 생각하고 그냥 받아들이자.
그리고 내가 봤던 가운 입은 우리 자매처럼 멋지게 살자.
주님!
이 종이 가운을 제대로 입게 도와주소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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