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순간 잘 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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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1-01-30 20:15 조회21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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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순간 잘 살아야겠습니다.
얼마 전 시골에 갔습니다.
택시를 탔습니다.
보통은 자차로 가는데 그때는 혼자라서 코로나이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했습니다.
터미널에 내렸는데 시내버스 노선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택시를 타게 된 것입니다.
택시를 타서 기사님에게 정중히 인사를 하고 안전띠를 했습니다.
택시는 복잡한 도시 길을 빠져나와 한적한 도로에 진입합니다.
기사님은 이때다 싶었는지 자신이 택시 일을 하게 된 이유를 말합니다.
자신의 말을 잘 들어 준다 싶었는지 이제는 당신의 일생기를 펼칩니다.
자신이 군산상고를 나와서 은행원을 하다가 은퇴하고 소일거리로 이 일을 하게 되었다고,
주말이면 부부가 여행한다는 등등
자녀들 이야기를 할 때는 마스크 사이로 콧바람이 세게 나와서 마스크가 들썩거립니다.
아주 신바람이 나셨습니다.
마치 험한 전쟁에서 사력을 다해 싸워 승리하고 돌아오는 영웅처럼 자신의 삶에 자부심이 대단했습니다.
계속 듣고 있자니 병풍이 생각났습니다.
마치 세월의 흔적 속에 그림은 낡아 있고, 그 낡은 그림 위로 곰팡이가 군데군데 핀 병풍을 펼치는 느낌이었습니다.
신바람 난 넋두리를 듣다 보니 어느덧 시골집 근처까지 왔습니다.
“저기 조금만 더 가서 내려 주실래요?”
“아예 그런데 이 근처라면 저도 잘 아는데 아버님 성함이 누구세요?”
“예 저희 아버지 함자는 채 아무개 씨입니다.”
듣는 순간 이분의 말투가 옹알이하듯 들립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개선장군의 위풍이었는데 왜 이분이 아버지 성함을 듣는 순간 안절부절못하실까?
알고 보니 건넛마을 집안 형님의 사위가 되시는 분이셨습니다.
종종 그 사위의 삶이 동네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이 생각이 납니다.
공부는 잘하고 아들들은 잘 가르쳤는데 예의가 없다.
자기밖에 모른다 등등
이분에 대해서 들은 이야기는 대부분은 부정적인 말이었습니다.
자신의 과거를 잘 알고 있다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니
그랬구나 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지나온 과거는 과거일 뿐입니다.
그러나
그 과거는 현재의 삶의 기초가 됩니다.
그러니 잘 살아야겠습니다.
누군가에게 신바람 나게 계속 말하려면 정말 잘 살아야 하겠습니다.
택시에서 내렸습니다.
택시 문을 닫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돌아갈 땐 다른 차를 타야겠다.’
다시 찾는 사람!
다시 찾는 사람이 된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오 주님이시여!
종에게 주어진 이 시간!
정말 정말 잘 살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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