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라도 너무 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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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3-09-02 16:40 조회15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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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라도 너무 빨라
지난 목요일 교단총회 공천부 선거가 있어서 부산에 다녀왔다.
하룻길로 부산에 다녀온다는 것은 약간의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그동안 밀린 일들이 많아서 빨리 다녀와야만 했다.
가장 빠르게 갔다 올 수 있는 것을 알아보니 KTX, SRT 고속 기차가 있었다,
늦게 예매를 하는 바람에 광명으로 가서 KTX를 타고 가야 했다.
창밖이 안 보일 정도로 속력을 내며 달리는 KTX는 그 먼 거리를 2시간 10분에 데려다 놓았다.
공천부 모임이 있는 교회에 도착했다.
선거 열기가 뜨거웠다.
입후보자들을 소개하는 시간이 되었다.
후보자의 나이와 약력과 학력을 소개하는데 그중에 특이한 것은 그 후보자가 언제 목사가 되었는지를 포함하고 있었다.
후보자 중에 시선을 머물게 하는 사람이 있었다.
목사로 임직 받은 지 그다지 오래되지 않은 사람이 눈에 띄었다.
목사로서 배워야 할 일도 많은데 목회보다 정치판에 일찍 뛰어든 느낌이다.
인맥이 좋아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야망이 커서 그랬는지,
아무튼 그 후보 목사를 보면서 조금 빠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내가 방금 타고 온 KTX가 생각이 났다.
빨리 와서 좋긴 좋은데 몸이…….
사실 나는 고속 기차를 탈 때마다 느끼는 것이 있다.
빨라서 좋은데 몸이 이상하게 피곤을 많이 느낀다.
이번에도 역시나 그 증상이 왔다.
게다가 이번에는 뒷머리부터 귀까지 아파왔다.
마치 비행기가 이륙하거나 착륙할 때 느꼈던 그 느낌이다.
역시나 밖은 볼 수 없고, 거의 터널만 지나는 느낌이었다.
몸이 피곤하고 아프니 생각이 멍해지면서 행동 자체가 느려지는 것을 본다.
그렇다.
빠른 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닌 듯싶다.
빠르다 보니 밖을 볼 수 없었다.
행여 나의 목회가 그렇게 빠르게 가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빨라서 일찍 도착했다는 것에 만족하다 보면 몸이 피곤해하고 있는 것을 잊는다.
결과에만 만족하다 보면 아파하는 세광의 식구들을 소홀히 대하지는 않는지?
그렇다.
빨라서 못 보는 것보다는 늦게 가더라도 자세히 볼 수 있는 목회를 선택하리라.
빨리 도착한 결과에 만족하기보다는 아파하는 부분이 없는지 세심히 살피면서 가리라.
주님!
조금 늦게 가도 좋사오니
밖을 보게 하소서.
결과에 만족하지 말고 과정의 가치를 알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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