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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매가 그렇게 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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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3-09-09 18:52 조회8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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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매가 그렇게 하라고


지난 수요일 약속을 마무리하기 위해 김제에 다녀왔습니다.

우리와 같이 생활하시던 모 집사님께서 소천하셔서 장례식 집례차 갔습니다.

인생의 마지막을 고향에서 마무리하고 싶다고 해서 시골에 내려가셨습니다. 

그곳에 아들과 딸네와 함께 집을 짓고 생활하셨습니다.

성남을 떠나신 지가 3년 정도 되었습니다.

이 정도 되면 교회에서는 잊혀지게 됩니다. 

그러나 나는 그분을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니 잊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이유는 수년 전 집사님의 아내이신 권사님이 돌아가셨을 때 하관 예배를 드리면서 나름의 약속을 했습니다.

“권사님 천국 가셔서 편히 쉬세요.”

“훗날 저 집사님 장례도 제가 치러 드리겠습니다.”

“그날에 제가 여기 와서 우리 권사님 인사드릴게요.”

그 약속을 지난 수요일에 지키게 된 것입니다.

돌아오는 길에 이런 생각이 듭니다.

약속의 마무리를 이렇게 하는구나.

이분들은 일 년에 한 차례 복숭아를 목회자에게 꼭 선물을 하셨습니다.

몇 년 전 일이 기억납니다.

복숭아 몇 박스를 가져오시더니 하시는 말

“목사님 이제 제가 이 일을 못 할 것 같습니다.”

“건강이 너무 안 좋아서 거동하기가 너무 힘이 듭니다.”

“아무래도 이번이 마지막인 듯합니다.”

“죄송합니다. 우리 할매가 천국 가면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당신이 죽을 때까지 목사님께 잘해 드리세요.”

“그러마고 약속했는데….”

“이제 제가 이 고약한 병에 걸려서 내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이 드니 이 일을 못 할 것 같습니다. ”

“맘이 너무 아픕니다. 그리고 용서해 주세요.”

그때 마지막이라는 복숭아를 먹으면서 마음이 너무 무거웠습니다. 

아쉬웠습니다.

그때 먹은 복숭아는 지금도 아쉬움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 복숭아는 나만의 약속이자 결단이기도 했습니다.

할 수만 있으면 이분들과의 약속을 반드시 지키리라.

장례를 다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많은 생각들이 머리를 꽉 채웁니다.

생각은 추억을 가져오더니 눈물이 나게 합니다.

그 눈물은 두 가지 맛과 함께 흘러내렸습니다. 

권사님의 청국장!

심방을 갈 때마다 맛은 없지만 먹고 가라고 아니 먹고 가야 한다고 하면서 한 상 차려 주시던 그 모습.

청국장도 맛이 있었지만, 권사님의 그 베풂의 맛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병 때문에 더 이상 이 복숭아를 못 가져올 거 같다고 하시면서 놓고 가시던 집사님의 뒷모습. 

이제는 이 모든 것들이 추억록에만 남을 것입니다.

인생 이렇게 가는구나.

이렇게 가는 인생에 약속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다시금 느끼게 해 줍니다.

인생이 이러니까 더 약속을 잘 지키겠습니다. 라고 마무리를 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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