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제대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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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3-09-30 09:30 조회5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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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제대로 .....
추석 명절이라 시골에 다녀 왔다.
홀로 계신 큰어머님께 인사차 큰집에 들렀다.
집안에 들어서는데 건장한 청년이 방에서 나온다.
처음 보는 청년이다.
누구냐고 물으니 이 집 막내의 아들이란다.
그러니까 나에게는 조카다.
건장한 청년이라서 조심스레 나이를 물으니 23살, 현재는 공익으로 근무를 하는 중이라고 한다.
몰라보겠다. 아니 모르겠다.
어렸을 때 봤던 그 조카가 아닌 지금은 전혀 다른 청년이다.
그를 보면서 내가 나이를 먹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는 항상 젊다고 생각하고 생활해 왔다.
그런 나를 청년 조카는 환갑을 생각하는 노인의 행렬 속으로 집어넣고 있으리라.
문득 지난 총회일이 생각난다.
거기에서 두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한 분은 나처럼 처음으로 총회에 오신 분이다.
이분은 평생 교인과 교회밖에 모르면서 목회를 해 오셨다.
목회 은퇴를 몇 년 앞두고 순서가 되어서 노회장이 되어 어쩔 수 없이 노회 대표로 오셨다.
어색하다. 그리고 뭔가 불안해 보인다.
마치 남의 옷을 입은 모양새다.
또 한 친구가 눈에 들어온다.
그 친구는 신학교 다닐 때부터 정치에 꿈이 있었다.
30년이 지나는 지금 그 친구는 그 꿈을 이뤄서 임원 자리에 앉아 있다.
어울린다. 그 친구에게 딱 맞는 옷을 입은 듯 보인다.
멋있게 보이기까지 하다.
그렇다면 나는 무슨 옷을 입고 있을까?
어색한 옷일까?
아니면 나에게 꼭 맞는 옷을 입고 있을까?
나름 나에게 맞는 어울리는 옷을 입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저녁이 되어서 신학교 동기들 모임이 따로 있다고 해서 졸업 후 30년 만에 만나는 친구들
모임에 갔다.
거기에는 어색한 친구들도 있고 좀 가까이 지낸 친구들도 있었다.
나를 잘 아는 한 친구가 다가와서 말을 건넨다.
그 친구는 10년째 총회에 나오는 목사다.
“힘들지? 아무래도 자기 옷을 입지 않고 있어서 힘들 거야.”
‘그렇구나! 나는 지금 나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구나.’
그렇다.
나는 나를 제대로 볼 수 없다.
나를 제대로 볼 수 있으려면 다른 사람을 봐야 한다.
그래야 내가 환갑을 생각하는 나임을 알게 된다.
나는 나를 제대로 알 수 없다.
나를 제대로 알려면 다른 사람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
그래야 내가 어색한 옷을 입고 있다는 현실을 알게 된다.
주여!
나의 눈과 나의 귀가 항상 열려 있게 하소서.
그래서 나를 바로 보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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