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지면 큰일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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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3-10-14 09:26 조회52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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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지면 큰일인데.
지난 주일에 모 장로님께서 찾아오셨다.
“목사님 내일 휴일이라서 제가 교회 앞마당에 깨진 대리석 교체해 보려고요.”
평소 교회 시설에 관심이 많으신 장로님이 혼자서 하시겠단다.
“아 그거요. 혼자는 힘들어요.”
“그렇지 않아도 바꾸려고 재료를 사다 놓았어요.”
“다음 주에 해 보려고 하는데 안되면 그때 가서 같이 해 보지요.”
우리 교회 앞마당 바닥이 대리석으로 깔려 있다.
사람만 다니면 괜찮은데 주일날 주차장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차들이 오르내린다.
그러다 보니 대리석 몇 개가 그 무게에 못 견디고 깨졌다.
어떤 것은 조각이 나서 지나가는 사람의 발을 챌 정도다.
시간이 지나면서 깨지는 대리석들이 늘어간다.
이러다가 우리 노 권사님들이나 어른들이 넘어지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교체할 대리석을 사다 놓았다.
재료는 사다 놓았는데 시간이 안 된다는 이유로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여기까지 온 것이다.
장로님만이 아닐 것이다.
그곳을 지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그런 걱정을 했을 것이다.
화요일까지는 너무 바쁘다 보니 엄두가 나지 않아서 수요일에 하기로 했다.
두 명의 교역자들과 교체하는 일을 시작했다.
막상 교체하려고 깨진 돌을 걷어내다 보니 생각보다 양이 꽤 많다.
걷어내는데 깨지지 않은 다른 돌이 눈에 들어온다.
깨지지는 않았는데 원바닥과 떨어진 돌들이다.
겉이 멀쩡하다 보니 안심하고 그 위를 걷는데 덜컹거린다.
오히려 이 돌이 다니는 사람을 더 위험하게 하고 있었다.
바닥에 네 종류의 돌들이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안 깨졌고 원바닥에 딱 달라붙어 있는 돌
안 깨졌지만 원바닥과 떨어져 있는 돌
깨졌지만 원바닥에 딱 붙어 있는 돌
깨졌고 원바닥에 붙어 있지 않은 돌
일단 깨졌거나 안 깨졌거나 바닥에만 붙어 있으면 안전하다.
그래서 그냥 쓰기로 했다.
“깨졌는데 왜 이것은 안 꺼냈냐고, 보기 싫다고 말한다고 해도”
그냥 바닥에 있게 놔둘 것이다.
비록 보기는 좀 그렇지만 지나가는 사람에게는 지장을 주지 않으니까 말이다.
일이 마무리되어 갈 즈음 고개를 들어보니 서산 너머로 서둘러 머리를 감추는 해가 빙그레 웃어주는 듯하다.
막 깔아 놓은 대리석과 깨졌지만 그대로 둔 돌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해 본다.
우리의 믿음이 이런 것이 아닌가 싶다.
믿음을 “에무나”라고 하는데 이 말은 “딱 달라붙어 있다.”라는 의미가 있다.
예수라는 바닥에만 딱 달라붙어 있으면 되는 것이다.
비록 그가 깨졌다 할지라도 바닥에만 붙어 있으면 괜찮다.
우리 장로님의 그 모습이 에무나 그 자체이다.
그분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변함이 없이 교회에 관심이 있다.
바닥에 딱 붙어 있은 우리 장로님이 있어서 행복하다.
행복해하는 모습에 지는 해가 웃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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