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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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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4-04-13 08:19 조회3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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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그 화려했던 벚꽃이 지기 시작한다.

꽃은 길게 가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봄꽃은 유독 더 그런 것 같다.

그래서 이런 말이 있나 보다

꽃이 아름다운 이유는 그 꽃이 영원히 피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교회 앞에 벚꽃도 예외 없이 잎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가끔 불어대는 바람은 이별의 손짓을 하듯 나뭇가지를 흔들고 간다.

그리고 나면 꽃잎은 가지와 이별을 하고 바람에 몸을 싣는다.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한겨울에 조용히 내리는 함박눈 같기도 하고, 작은 나비들이 꽃향기를 찾아 나는 듯 보인다.

바람에 몸을 맡기지 못한 꽃잎은 멀리 가지 못하고 땅에 떨어져 나뒹굴고 있다.

우연히 떨어진 꽃잎 몇 개가 땅에 닿지 않고 흔들거리는 모습이 보인다.

자세히 보니 거미줄에 걸려 있는 것이다.

흔들거리는 모습은 마치 올무에 걸려 빠져나오려고 몸부림하는 새와 같아 보였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의 시선을 머물게 했던 꽃이었는데......

가지를 떠나니 거미줄 하나에도 꼼짝을 못 하는 나약한 모습으로 전락해 버렸다.

땅에 떨어진 꽃잎은 사람의 시선이 더는 머물지 않는다.

꽃이 떨어지는 나무 아래 젊은 남녀가 지나간다.

떨어지는 모습이 아쉬운 듯 서로 번갈아 가며 핸드폰 카메라 셔터를 눌러댄다.

그 옆을 한 노파가 지팡이를 의지한 채 땅만 보며 지나간다.

젊은이들은 그 노파에 관심이 없다.

노파 또한 그들에게 관심을 두지 않고 지팡이를 앞세우며 묵묵히 걸어간다.

화려했다.” 지는 벚꽃 아래에 젊은 남녀와 지팡이를 의지하고 걷는 노파!

어쩌면 이것이 인생의 참 그림인 듯싶다.

화려해서 사람들의 시선을 머물게 했던 벚꽃이 일주일 후면 떨어져서 거미줄 하나에도 빠져나올 힘이 없는 나약한 존재로 바뀔 것을 알았을까?

저 젊은 남녀가 자기들 옆을 지팡이에 몸을 의지하며 지나가시는 저 노파의 걸음을 알까?

시간은 젊은이들에게도 여지없이 노파의 저 길을 후다닥 떠 안겨 주고 떠날 것인데…….

어차피 오는 녀석이라면 반갑게 맞이하리라.

준비하며 말이다.

나는 그날을 준비하기 위하여 오늘 한 권의 책 표지를 연다.

나는 그날을 준비하기 위해서 탁구채를 든다.

일주일은 어떤 이에게는 길고, 어떤 이에게는 짧다.

그러나 일주일은 그냥 일주일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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