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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면 네비 켜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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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4-04-27 15:40 조회1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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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면 네비 켜봐!

 

지난 목요일 시골에 다녀왔다.

어머니께서 농약을 하신 후 후유증으로 입원을 하셨다가 퇴원하는 날이었다.

그 병원은 일반인 출입이 자유롭게 허용되지 않았다.

할 수 없이 병원 밖에서 기다렸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다.

병원 입구의 문이 열리면서 한 노인이 굽은 허리를 하고 엉거주춤 힘겨운 듯 걸음을 떼면서 걸어오신다.

내 어머니다.

달려가서 손을 잡아 드렸다.

고생했어요. 힘드셨죠?”

아들의 얼굴을 보시며 입가에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한다.

며칠 동안 힘들었다는 것을 한꺼번에 내 비취시는 듯싶다.

가까이서 보니 어머니 얼굴에 주름이 너무 깊어 지셨다.

세월은 주름의 깊이로 말한다고 하지만 이것은 너무 싫다.

그냥 깊이를 말 안 해 줘도 좋으니 지금, 이 모습으로 남아 주셨으면 정말 좋겠다.

세월이란 녀석은 내 어머니를 그냥 놔 둘리는 만무하다.

이놈은 있는 자도, 없는 자도, 강한 사람도 약한 사람도 다 망가뜨리는 재주가 있지 않은가?

이놈의 재주 앞에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최선을 다해 보련다.

답답한 병실에서 벗어 났으니 바람을 쐬드리려고 야외로 나가기로 했다.

고향을 떠난지가 30, 가끔씩 와서 시골 집에 있다가 가는 형편이라 어디가 좋은 곳인지 잘 모른다.

이런저런 의견을 내놓고는 목적지를 정했다.

전에는 배로 가야 하는 곳인데 이제는 다리가 놓여서 자동차로도 갈 수 있는 곳이다.

목적지는 정해졌는데 문제는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몰라 망설이고 있었다.

모르면 네비찍어봐!”

너무도 당연한 소리다 싶어 그 소리에 자연스럽게 네비에 목적지를 찍으려고 하는데 그런데 좀 이상하다.

방금 이 소리는 다름 아닌 옆자리에 타고 계신 86년의 세월을 보내고 있는 내 엄마의 말 소리다. 

~ 우리 엄마 네비도 아네

참네! 내가 그것을 모를까 봐

나는 왜 우리 엄마가 모른다고 생각했을까?

어쩌면 나이를 먹었으니, 세월이 많은 것들을 빼앗아 갔고 가고 있으니, 이것은 80 노인은 몰라야 한다고 단정 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우리 엄마는 "네비"라는 단어를 어떻게 아셨을까?

머리로만 알고 있다고 그것은 알고 있다고 말 할 수 없다.

진짜 아는 것은 머리 속에 있는 그것을 적절한 장소에서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이 진정으로 아는 것이다.

우리 엄마는 진짜 "네비"를 알고 계신 것이다.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여러 가지 있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들었기 때문이다.

수십번 아니 수백 번을 들으셨을 것이다.

어느 분이 한 말이 생각난다.

나이 들고 모를 것 같지만 듣는 귀는 있다.”

난 설교자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내가 하는 이 설교를 저분이 알아듣고 있을까?

그 염려는 부질없는 짓이었음을 다시금 확인했다.

세월도 듣는 귀에는 힘을 쓸 수 없다.

그러니 이제부터 세월을 놓고 그 쓸데없는 염려는 하지 않으련다.

모르면 네비 켜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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